1885년 성요셉신학교가 모태…이 땅에 근대 교육의 씨앗 뿌려
1995년 성심여대와 통합 이후 30년, 명문 사학으로 자리매김
김수환 추기경이 정신적 지주…‘생명과 진리를 향하여’ 전진
가톨릭대학교가 개교 170주년을 맞았다. 1855년 충북 배론에서 문을 연 ‘성요셉신학교’를 출발점으로 삼으니 근대 교육기관으로서는 가장 긴 연륜이다. 1885년에 설립된 배재학당이나 이화학당보다 30년이 앞선다. 경기도 부천에 자리 잡은 메인 캠퍼스에는 각종 플래카드가 나부껴 축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올해는 가톨릭대와 성심여대 통합 30년이 되는 해이기도 해서 분위기가 더욱 고조돼 있었다. 이곳 총장실에서 170주년 이후 새로운 미래를 꿈꾸는 최준규 총장을 만났다. 인터뷰=손수호 편집위원
-반갑습니다. 먼저 대학의 역사를 간단히 설명해 주십시오.
“우리 대학은 두 개의 뿌리를 갖고 있어요. 첫 번째는 천주교 박해 시기에 파리외방전교회가 세운 ‘성요셉신학교’입니다. 라틴어, 철학, 신학, 수사학 등 유럽 신학교와 동일한 8년 과정으로 운영됐거든요. 우리 교육사가 개신교 위주로 기술되다보니 덜 알려져 안타깝습니다. 이 학교가 용산으로 이전해 예수성심신학교와 성신대학으로 이어집니다.
두 번째는 1964년 성심수녀회가 설립한 춘천의 ‘성심여자대학’입니다. 피천득 선생의 수필에 실려 유명한 그 학교인데, 여성 교육의 품격과 전통을 남겼지요. 1995년 가톨릭의대까지 통합해 성신·성심·성의 세 교정을 가진 오늘의 가톨릭대가 탄생했습니다.”
-개교 170주년과 통합 30주년을 맞는 소회가 남다르겠습니다.
“긴 역사를 함께 써 내려온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진리를 향한 순교 정신과 품위 있는 여성 교육 정신이 우리 대학의 정체성이죠. 올해는 과거를 되새기고 현재의 도전에 응답하며, 미래 비전을 새롭게 그려가는 특별한 전환점입니다. 전통 사학에 대한 자부심과 함께, 이 유산 위에 새로운 10년을 설계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깊이 새기고 있습니다. 170주년 이후의 가톨릭대는 과거를 ‘기억’하고 현재에 ‘화답’하며 미래를 ‘창조’하는 대학으로 나아갈 것입니다.”
-교내외에서 기념행사가 많은 것 같습니다. 각별한 의미가 담긴 행사를 소개해 주시지요.
“10월 27일부터 31일까지 ‘스페셜 위크’를 마련했습니다. ‘외국인 한국어 커뮤니케이션 페스티벌’을 시작으로 대학의 일상을 지켜주는 현업근로자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환경·안전관리자 초청 감사의 날’ 등 다채로운 행사가 이어집니다.
10월 29일에는 명동대성당에서 ‘개교 170주년 기념미사’를 봉헌합니다. 정순택 대주교님의 주례로 염수정 추기경님과 강우일 주교님을 비롯한 저와 본교 사제단이 공동집전하는 이 미사는 우리 대학의 신앙적 뿌리와 정체성을 다시금 확인하는 자리가 될 것입니다.
마지막 날인 10월 31일에는 고액 기부를 통해 우리 대학의 발전과 인본주의 정신 확산에 기여하신 고(故) 버나드 원길 리 선생의 흉상 제막식이 열립니다.”

-이제 170년을 넘어서는 새로운 비전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저희는 ‘역사적 창조성’을 키워드로 삼았습니다. 170년 역사를 토대로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며 새로운 창조를 준비하는 것이죠. 이를 기반으로 ‘잘 가르치는 연구 중심 대학’이라는 비전을 세웠습니다. 탁월한 연구에 탁월한 교육을 제공하는 창조적 선순환 체제를 확고히 하겠습니다. 특히 인문·사회과학의 튼튼한 토대와 의학·보건학 분야의 강점을 살려 AI·빅데이터·바이오 등 첨단 학문과의 융합을 적극 추진할 계획입니다. 국제 공동연구를 확대해 글로벌 연구 허브로 자리매김하고, 세계 각국 인재들이 모여 배우고 성장하는 다문화 교육 공동체를 실현하겠습니다.”
-국민적 존경을 받는 김수환 추기경과 가톨릭대의 관계가 특별한 것 같네요.
“위대한 신앙인인 김수환 추기경님은 우리 대학의 초대 이사장을 지냈다는 각별한 인연이 있습니다. 진리·사랑·봉사라는 교육 철학을 뿌리내려 주셨으니 우리들의 정신적 지주인 셈이지요. 현재 김수환추기경연구소가 설립돼 추기경님의 교육철학과 영적 유산을 계승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번 10월 말에는 도서관 안에 흉상 제막식도 갖습니다. 현재 진행 중인 시복운동 또한 단순한 추모가 아니라, 추기경님의 정신을 오늘날 우리 사회와 교육 속에 되살리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기에 서울대교구, 주교회의와 함께 우리 대학이 적극 참여하고 있답니다.”
-취임 8개월이 지났습니다. ‘잘 가르치는 연구 중심 대학’을 내세우셨는데, 성과를 어떻게 평가하시는지.
“가장 큰 성과는 이 방향성이 대학 공동체 안에서 폭넓은 공감을 얻고 있다는 점입니다. 연구 부문에서는 AI·바이오·헬스케어 등 미래 지향적 과제들이 활발히 추진되고 있고, 산학협력과 국제 공동연구에서도 의미 있는 성과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교육 부문에서는 학생들의 학습 경험을 풍부하게 하기 위한 교과혁신과 비교과 프로그램 확충으로 학생 만족도가 높아지고 있어요. 대학혁신지원사업 성과평가에서 최고 등급을 연속 획득한 것은 연구와 교육의 균형 발전을 위한 노력의 증거지요.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의미 있는 첫걸음을 내디딘 시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여름 ‘엑스 코르데 에클레시아’라는 메달을 받았는데, 거기에 담긴 의미가 궁금합니다.
“국제가톨릭대학연합회(IFCU)가 주는 상인데 ‘Ex Corde Ecclesiae’는 ‘교회의 심장으로부터’라는 뜻입니다.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선포한 교황령 제목이지요. 전 세계 250여 가톨릭 고등교육기관이 소속된 IFCU는 3년마다 총회를 열어 교육, 연구, 공동의 사명 등에 대해 논의하는데, 이때 세계 가톨릭 고등교육에 대한 기여와 가치를 평가해 메달을 줍니다. 아시아 지역에서는 보기 드문 사례인데, 저희는 아시아 가톨릭 고등교육의 대표 기관으로 자리매김했다는 상징으로 받아들입니다. 이번 수상으로 대학의 영예를 넘어, 교회와 사회, 인류에 더 큰 기여를 해야 한다는 사명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2028년 ASEACCU 총회를 유치하는 등 국제교류도 활발하게 하는 것 같습니다.
“가톨릭계 대학들은 신앙과 학문의 토대를 공유하기에 국경을 넘어 긴밀한 네트워크를 형성해 왔습니다. 국내에 ‘가톨릭공유대학(CU12)’이 있는 것처럼 아시아 가톨릭대학연합회도 아시아·오세아니아·태평양 지역의 대학끼리 학술 및 봉사 프로그램을 나누고 있습니다. 2028년 ASEACCU 총회 개최지 선정은 국제 네트워크 속에서 쌓아온 우리 대학의 위상을 보여주는 성과입니다. 이를 계기로 학생과 교수들에게 글로벌 학문 공동체 속에서 성장할 폭넓은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신부님들은 보통 유럽 쪽으로 유학 가는데 총장님은 미국을 택했습니다. 특별한 계기가 있었을까요?
“저희 사제들은 그저 순명할 뿐입니다(웃음). 당시 상계동 보좌로 있는데 강우일 주교님이 미국 유학을 권유하셔서 따랐지요. 미국이 세계를 주도하고 교육 시스템 역시 미국이 앞서가니까 선진국 현지에서 공부하고 오라는 뜻이었던 것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워싱턴 D.C에 있는 미국 가톨릭대학교에서 교육학 석사와 철학박사 학위를 취득하는 8년은 교육과 학문의 의미, 가르침의 본질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시간이었습니다.”
-끝으로 교내 구성원이나 지역사회에 전하고 싶은 말씀은?
“먼저 학교 법인에 감사드립니다. 언제나 신뢰를 바탕으로 든든한 후원자가 되어 주셨어요. 또한 학생과 동문, 교직원의 열정과 헌신이 있었기에 오늘의 가톨릭대가 존재할 수 있었습니다. 학부모님들이 자녀들을 믿고 맡겨주신 덕분에 교육적 사명을 다할 수 있었고요. 지역사회와의 관계도 소중합니다. 의료, 봉사,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힘쓰겠습니다. 170년의 전통 위에 서 있는 가톨릭대는 앞으로도 ‘생명과 진리를 향하여’라는 모토 아래 모든 구성원과 한마음으로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가겠습니다.”
최준규 총장은
1988년 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을 졸업한 후 1991년 사제 서품을 받았다. 1997년 미국 가톨릭대학교에서 교육행정 석사, 2003년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교육행정 철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같은 해 가톨릭대 교육학과 교수로 부임한 이후 교목실장, 대학발전추진단장, 평생교육원장, 특수대학원장을 역임했다. 한국종교교육학회 회장을 지냈다. 저서로는 『가톨릭 교육학개론』 『그리스도교 문화로의 초대』 『인간의 이해 I, II』 『사람답게 사는 삶』 등이 있다.
번역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