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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 변화에 늘 한 발 앞서간 60년… ‘작지만 강한 대학’ 견인
시대 변화에 늘 한 발 앞서간 60년… ‘작지만 강한 대학’ 견인
  • 손수호
  • 승인 2025.11.25 09: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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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디엄_ 상명대학교 김종희 총장

자하문 밖 사과밭을 인재의 배움터로 발전 거듭해  
천안캠퍼스 조성, 남녀공학 전환 등에서 성과 뚜렷
게임, 웹툰, 애니메이션 등 문화콘텐츠 분야서 강점
“AI 시대, 믿음의 씨 키우는 밑거름으로 남고 싶어”

대도무문(大道無門). 상명대학교 서울캠퍼스는 배움의 길에 장애물이 없듯 교문이 없다. 여기에 사연이 있다. 캠퍼스가 경사진 언덕길에 자리 잡아 문을 내기가 수월치 않은 것이다. 이런 입지는 상명대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 일제강점기에서 자하문 밖은 온통 과수원이었다. 여성 교육이 나라를 키운다는 생각으로 교육에 뜻을 키운 31세 배상명 선생(1906~1986)은 어렵사리 이 땅을 마련해 개척해 나갔다. 1965년 상명여자사범대학 설립 인가를 얻은 뒤 1986년 종합대학이 되고 1996년 남녀공학으로 전환하는 등 발전을 거듭하며 올해 개교 60년을 맞게 됐다. 사과를 키우던 돌산이 인재를 키우는 배움터가 된 것이다. 올해에는 첫 본교 출신인 김종희 총장을 맞아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다. 지난 9월 26일 취임식 후 분주한 일정을 보내고 있는 김 총장을 서울캠퍼스 총장실에서 만났다. 인터뷰=손수호 편집위원

동문으로서 처음 상명호의 선장이 된 김종희 총장. 설립자의 외손부로서 강력한 리더십을 펼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김 총장은 학교 밖에서도 여러 체육단체의 회장을 지냈고 지금도 한국걸스카우트연맹 총재를 맡고 있는 등 왕성한 사회활동을 펴고 있다. 사진=하영 기자

-첫 본교 출신 총장이라는 점에서 미디어의 뉴스가 됐습니다.
“저는 체육교육과 재학 시절부터 지금까지 50년이라는 시간을 상명과 함께하였습니다. 상명은 저의 이름이고, 인생입니다. 제게 이렇듯 각별한 모교가 개교 60주년을 맞는 해에 동문 출신 첫 총장직을 맡게 되어 영광스러움과 책임감을 동시에 느낍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끊임없이 성장 중인 우리 상명대학교를 위해 봉사하라는 의미로, 제게 주어진 마지막 소명이라 여깁니다.

저의 헌신과 노력을 통해 후배이자 제자인 학생들에게 상명인으로서 자긍심을 가지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고요. 나아가 더 나은 교육환경을 제공해 대학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자 합니다.”

-개교 60년의 의미가 각별하겠습니다.
“상명대학교가 남겨온 발자취와 미래를 연결하는 분기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의 60년이 건학정신을 기반으로 명문사학의 기틀을 다져온 성장의 시간이었다면 이후의 60년은 대학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구성원 모두가 한마음을 가지고 변화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난 5월 총동문회가 주최한 ‘개교 60주년 기념 음악회’에는 1,500명이 넘는 상명인들이 모였습니다. 바리톤 김동규 동문과 부인이 우리 동문인 장사익 씨 등이 출연했지요. 이날 모교를 찾은 동문들의 모습에서 보여준 상명인들의 뜨거운 애교심을 통해 우리의 미래를 열어갈 자산과 힘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나라 대학 이름에 설립자 이름이 들어간 경우가 드문데요.  
“배상명 박사님은 일제강점기에 조국 독립을 위해서는 가정의 중심인 여성을 교육시켜야 한다는 통찰과 신념으로 교육자의 길을 걸으셨습니다. 그래서 후학들도 배 박사님이 내세운 ‘진리·정의·사랑’을 바탕으로 신뢰받는 지성인, 창의적인 전문인, 정의로운 민주시민을 키워나가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고요. 설립자의 이름이 들어간 교명으로 저희는 덕을 많이 보고 있습니다.

가령 남녀공학으로 전환할 때 이름의 중성적 이미지가 도움을 주었지요. 설립자의 어록을 보면 ‘상(祥)은 오래도록 길함이요, 명(明)은 예악을 밝히고자 함이라’고 적혀 있어요. 하늘에 계신 설립자가 지금도 응원하고 계시다는 느낌을 받습니다(웃음).” 

-1996년에 일찌감치 남녀공학으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근래에 일부 대학이 남녀공학 문제로 갈등하는 것을 보고 질문을 자주 받습니다. 저희라고 그냥 일사천리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지요. 일단 30년 전에 남녀공학이 미래의 선택이라고 본 재단의 판단이 현명했습니다. 이어 교·직원, 학생, 동문 등 모든 구성원의 의견을 하나로 모으기까지 많은 노력이 필요했습니다.

특히 당시 교육 당국에서는 동문들의 의사를 중요한 판단자료로 삼았는데, 당시 동문들의 지지율이 95%에 달했습니다. 그랬더니 전환 첫 해 입시에서 남학생 비율이 30%를 상회하는 성과를 낼 수 있었지요. 남녀공학 전환은 대학 개교 이래 가장 의미 있는 사건이자 ‘제2의 창학’으로 볼 수 있을 정도로 중대한 전환점이었음이 분명합니다.”

-남녀공학 전환을 준비하는 대학에 조언해 주신다면.
“학교마다의 특성이 다르고 처한 상황이 다르니 일률적으로 말씀을 드리기는 조심스럽습니다. 다만 저희가 중점을 두었던 것은 대학의 정책을 수립하고 발전을 도모하는 과정에서 구성원들과의 꾸준한 소통입니다. 재학생뿐만 아니라 교수, 교직원, 나아가 동문들과 지속적으로 간담회를 가지며 각자의 의견을 교환하면서 혁신을 통해 발전을 이룬다는 비전과 자신감을 공유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명확한 목표를 제시해야 하고 미래에 대한 확신을 줄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더불어 구성원들이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고 타협하는 자세가 필수적입니다.”

홍지동 사과밭에 들어선 상명대 서울캠퍼스와 천안 캠퍼스. 상명대는 당시 여대로서는 유일하게 지방캠퍼스를 조성해 성장의 기반을 마련했다. 맨 오른쪽은 설립자 배상명 박사 동상. 

-상명대는 당시 여대로서는 드물게 천안에 새 캠퍼스를 마련했습니다. 
“1985년 천안 캠퍼스를 조성했고 2017년 통합 캠퍼스 체제가 됐습니다. 우리 대학은 지방 캠퍼스 외에도 대학로에 진출한 첫 학교입니다. 문화예술활동의 메카로 대학로가 떠오르는 것을 보고 ‘예술디자인센터’를 설립하니 다른 대학이 따라오더라고요. 이렇게 발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것은 대학 경영자의 과감한 결단력과 추진력 덕분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현재 양 캠퍼스는 첨단정보과학 및 예술 디자인 분야를 중심으로 특성화를 이룩하였습니다. 서울캠퍼스는 첨단정보과학 분야의 학과들을 육성하고, 천안캠퍼스는 산학 공동연구 프로젝트를 통해 실무형 인재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으로 차별화하고 있습니다.”

-상명대가 전략적으로 육성하고 지원하는 분야는? 
“우리 대학의 교육목표는 ‘감동을 주는 혁신형 인재’ 양성입니다. 특히 문화예술, 디자인, 콘텐츠 분야에서 최고 수준의 교육 역량을 인정받고 있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K-콘텐츠’ 개발과 발전을 위해 각종 학생 지원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2026학년도부터 천안캠퍼스에서 조기취업형 계약학과인 스마트IT융합공학과와 바이오푸드테크학과를 신설하고, 이를 통해 첨단 유망 분야의 전문 인재를 본격적으로 양성하게 됩니다. 또한 게임, 애니메이션, 웹툰, 영상콘텐츠, 디지털 뮤직 등 우리 대학이 강점을 보이는 전공을 경영학과 융합하는 ‘디지털 엔터테인먼트 MBA’를 계획 중에 있습니다.”

-대학마다 AI를 내세운 혁신을 주창합니다. 
“AI의 본질은 결국 인간에게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적 통찰과 윤리, 공감 능력이 어우러진 융합형 인재가 AI 시대에 필요한 인재입니다. 이를 위해 우리 대학은 탐구 능력, 올바른 방향성, 그리고 타인을 이해하고 공동체에 기여하는 힘을 가진 인재를 육성하기 위한 실천적 인성교육을 행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AI 리터러시를 각종 분야에 접목해 학생 모두가 디지털 사고를 익힐 수 있도록 커리큘럼을 개편하고, 인문학적 사고와 창의력을 함양할 수 있는 교양교육을 보급하고 있습니다. AI는 교육 그 자체를 바꾸는 도구가 아닌, 인간의 창의성과 가능성을 확장하는 수단이 돼야 한다는 믿음으로 AI 혁신을 도모하고자 합니다.”

-AI 시대의 인성교육은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집니까?
“대학은 사람을 키우는 곳입니다. 상명은 수년 전부터 ‘교양과 인성’이라는 사제 동행형 교과목을 개설해 문화체험, 자아탐색, 사례분석을 통한 역할극 등 다양한 방법의 인성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미래 교사와 인성’의 경우 교사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명소탐방, 진로탐색, 역사탐구, 성인지 감수성 연구, 심리검사 등의 커리큘럼을 통해 교양과 인성을 함양하도록 이끌고 있습니다. 상명대학교가 과거 여자사범대학에서 시작한 만큼 지금도 임용고시 등 교육분야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는 것은 이러한 과정들이 밑바탕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중장기 발전계획 가운데 ‘초유연 학사제도’와 ‘국제 공동학위제’가 눈에 띕니다. 
“‘초유연 학사제도’는 학생에게 더욱 다채로운 교육 환경을 제공하는 제도입니다. 단순히 본인이 입학한 전공에 국한되는 것이 아닌, 더욱 다양한 전공을 경험하고 탐구할 수 있도록 자유로운 전과, 다전공 제도, 융합전공 제도 등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학생들의 자율적인 전공선택권을 보장하는 것이지요.

‘국제 공동학위제’는 우리 대학과 협력관계에 있는 해외 유수의 대학들에서 학습할 기회를 제공하고, 공동 학위를 취득함으로써 융복합적 역량을 갖춘 글로벌 인재를 배출하려는 것입니다. 국내의 학위만으로는 경쟁력을 갖추기 어려운 시대에 해외 유수 대학의 학위 취득을 돕는 것입니다. 이로써 우리 학생들은 진정한 글로벌 인재로 성장할 것입니다.”

-앞으로 어떤 총장으로 남고 싶은지요?
“사회가 급변하고 발전하며 대학의 역할이 변화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변하지 않는 것은 사람에 대한 믿음입니다. 앞으로도 우리 구성원들이 학교에 대한 애정과 책임감으로 각자 맡은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줄 것이라 믿으며, 그 힘이 바로 우리 대학 발전의 원동력이 되리라 확신합니다. 저는 그런 믿음의 씨앗을 키우는 밑거름으로 남고 싶어요. 좀 더 욕심을 부린다면 혁신을 위한 여러 실험이 성공하여 ‘작지만 강한’ 대학의 위상을 정립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김종희 총장은
1955년 서울 출생. 상명여자사범대 체육교육학과를 졸업한 뒤 한양대 대학원에서 체육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2년 모교 교수로 부임한 이후 2020년까지 행정대외부총장 등을 역임했다. 한국여성사격연맹 회장, 한국여자축구연맹 회장, 대한레저스포츠회 총재를 지냈다. 현재 한국걸스카우트연맹 총재, 한국청소년단체협의회 부회장, 한국에어로빅스건강과학협회 이사장으로 활동 중이다. 이준방 전 이사장의 부인이니 설립자 배상명 박사의 외손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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