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생에 대한 ‘학습-취업-정착’의 실행 플랫폼 맡을 것
외국인 요양보호사 양성사업도 지방의 전문대학이 주도
지역과 산업 제대로 연결하려면 ‘직업교육법’ 제정해야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이하 전문대교협)는 1995년 같은 이름의 법에 따라 설립된 교육부 유관기관이다. 전국의 129개 전문대학이 이 협의체를 중심으로 고등직업교육의 발전을 도모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취임한 김영도 전문대교협 회장(동의과학대 총장)은 부산과 서울, 정부와 국회를 분주히 오가며 전문대학이 안고 있는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특히 지역 소멸을 막는다는 국가적 의제와 관련된 전문대학의 역할을 정립하는데 열정을 쏟고 있다. 김영도 회장을 만나 한국 전문대학의 과제와 미래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인터뷰=손수호 편집위원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간입니다. 회장 임기의 절반을 훌쩍 넘겼네요.
“돌이켜보니 우리나라 고등직업교육의 방향을 다시 세우기 위해 쉼 없이 달려온 시간이었네요. 전문대학은 산업 전환과 지역 소멸이라는 국가적 과제를 해결하는 핵심 교육기관임에도 국가의 주요 정책은 여전히 4년제 대학 중심에 머물러 있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이 간극을 좁히고 전문대학의 역할을 강조하기 위해 정책 대화를 많이 했지요. 아직 미진하지만 전문대학의 역할을 국가 의제로 올려놓았다는 점이 중요한 진전이라고 봅니다. 또한 각계의 반응을 보면서 ‘직업교육의 대전환’이 가능하다는 확신을 얻었습니다.”
-직업교육의 전환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보십니까?
“핵심은 우리 협의회가 마련한 ‘2025 전문대학 정책 아젠다’에 잘 나와 있습니다. 전문대학이 국가 인재 전략의 중심축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기 위한 일종의 실천 로드맵이죠. 여기에 직업교육법 제정, AI·DX 고숙련 기술인재 양성, 정주형 유학생 전략, 성인학습자 제도 개선 등의 방략이 담겨 있습니다. 이는 전문대학이라는 직역의 범위를 넘어 국가 위기를 살리는 처방전이라고도 할 수 있을 만큼 알찬 내용입니다.”
-아무래도 핵심은 직업교육법 제정에 있는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직업교육법은 직업교육을 중등–고등–평생교육으로 일관되게 연결하기 위한 핵심 인프라입니다. 지금처럼 교육·고용·산업 정책이 여러 법령에 흩어져 있는 구조로는 전문대학의 역할이 제도적으로 자리 잡기 어려워요. 협의회가 국회·교육부·고용부와 협의한 결과 구조적 틀은 상당 부분 마련된 상태입니다. 직업교육법은 국가경쟁력과 지역 회복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기본법이니 다시 발의해 제정이 이루어질 때까지 책임 있게 추진하겠습니다.”
-지역 소멸을 막기 위한 전문대학의 역할이 기대되는데.
“외국인 유학생에 대한 접근을 새롭게 해야 합니다. 유학생을 단순한 충원의 문제로 볼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의 지속가능성과 연결시키자는 거예요. 우리 전문대학은 유학생이 공부하고 떠나는 것이 아니라 학습–취업–정착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들고자 합니다.
특히 지역산업과 연계된 프로그램을 확대해 정주형 인재 육성 모델을 정착시키고자 합니다. 전공은 물론 언어와 문화까지 학습해 국민화하는 프로그램이지요. 이를 위해서는 비자 제도 개선과 취업지원 정책을 연동시켜야 해요. 전문대학은 이러한 구조를 국가 정책과 연결하는 실행 플랫폼 역할을 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전문대학의 발 빠른 대응 가운데 ‘외국인 요양보호사’ 양성 정책이 눈에 띄더군요.
“고령화 속도가 빠른 우리나라에서 요양·간병 인력 부족은 국가적 현안입니다. 이 직무는 돌봄을 넘어서는 영역이기 때문에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교육이 필요하지요. 전문대학은 지역 요양시설과 연계하여 기초보건·한국어·현장실습 기반 교육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2년 과정의 유학생을 대상으로 교육–자격취득–취업–정착의 선순환 모델을 설계하고 있지요. 교육 품질과 직무 기준을 갖춘 책임 있는 인력 양성은 전문대학에 적합한 과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지난 8월에 법무부가 발표한 외국인 요양보호사 양성 대학만 하더라도 선정된 24개 대학 가운데 전문대학이 20개를 차지했습니다.”

-AI 시대에 전문대학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요?
“AI는 산업과 직무 구조를 근본적으로 재편하는 변화이기 때문에 전문대학 교육도 전면적 업그레이드가 필요합니다. 전문대교협은 ‘AI·DX 기반 고숙련 기술인재 양성’이라는 핵심 전략을 세운 뒤 스마트 팩토리·디지털 헬스케어 등 신산업 중심 교육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전문대학은 개발보다는 활용에 방점을 찍는다는 점이 다릅니다. ‘프랙티컬 AI’, 즉 산업 현장에서 즉시 활용 가능한 실전형 역량을 키운다는 것이지요. AI 시대일수록 전문대학의 역할은 더 중요해질 것입니다.”
-전문대학으로 유턴하는 입학생이 계속 늘고 있다고 합니다.
“유턴 입학생 증가 현상은 학력보다 ‘직무역량’이 중요한 시대가 되었음을 보여줍니다. 이들 성인학습자는 실전성과 경력 전환 가능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전문대학은 성인친화형 유연학사제도, 산업체 연계 실무교육, 자격·기술학습 연동 구조를 강화해 학습이 곧바로 취업이나 경력 기회로 이어지도록 하고 있습니다. 제가 일하는 부산 지역의 경우 전문대학연합체(BOCU, Busan Open Community University)를 만들어 외국인과 성인학습자 프로그램을 함께 운영하는 방법으로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지요.”
-‘서울대 10개 만들기’에서 보듯 정부 정책에서 전문대학이 소외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서울대 10개 만들기를 통해 연구중심대학 강화를 지향한다는 취지는 이해합니다. 하지만 국가 인재 구조 전체를 보면 전문대학의 역할을 과소평가하고 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산업은 고숙련·현장형 인재를 더 필요로 하고 있으며, 이는 전문대학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영역이거든요. 국가 인재정책은 대학의 종류가 아니라 기능과 역량 중심으로 재설계되어야 하고, 전문대학의 기여가 정책에 균형 있게 반영되어야 마땅하다고 봅니다.”
-교육 당국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중요한 것은 지금이 변화가 아닌 전환의 시대라는 사실입니다. 고등직업교육의 경우 국가 인재 전략의 중심으로 이동시키기에 적절한 시기라는 것이죠. 특히 지역을 살리기 위한 라이즈(RISE) 체계에서는 지역전문대학이 협력해 평생직업교육을 책임지는 커뮤니티컬리지 역할을 수행해야 합니다. 그게 바로 지역 인구·산업·교육을 하나의 생태계로 연결하는 핵심 전략이거든요. 우리 협의회도 정부와 함께 새로운 교육 수요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역량을 키워나가고자 합니다.”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전문대학이 국가 인재 전략의 ‘선택지’가 아니라 ‘핵심 축’으로 자리 잡도록 제도적 기반을 다지겠습니다. 이를 위해 직업교육법 마무리, AI·DX 기반 고숙련 기술인재 양성 체계 고도화, 지역 인구 위기 대응형 정주 인재 모델 구축 등 세 가지에 집중하려고 해요. 전문대학은 이미 많은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앞으로 이 가능성을 제도와 정책으로 확립해 대한민국 고등직업교육의 새로운 표준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김영도 회장은
1965년 부산 출생. 4선 국회의원을 지낸 정치인이자 동의학원 설립자인 석당 김임식 박사(1923~2010)의 삼남이다. 동의대학교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부산대학교 대학원 기계공학과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7년 동의과학대학교 자동차과 교수로 부임한 이후 기획실장과 부총장을 지내다가 2011년부터 총장으로 재직 중이다. 현재 부산테크노파크 이사, 교육부 자격정책심의회 위원, 대한대학스포츠위원회 상임위원, 여해재단 이사, KBS 부산총국 시청자 위원장, 사학진흥재단 혁신발전위원회 위원 등을 맡고 있다.
번역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