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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소야대의 덫에 걸린 대만 정치…라이칭더 총통 탄핵으로 치닫다
여소야대의 덫에 걸린 대만 정치…라이칭더 총통 탄핵으로 치닫다
  • 이광수
  • 승인 2026.02.10 08: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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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컬오디세이_이광수 국민대 중국인문사회연구소 HK연구교수

대만의 정치가 전례 없는 격랑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여당이지만 소수파 정부로서 한계에 처한 민진당의 라이칭더 정부와 입법원 다수 의석을 점유한 국민당과 민중당의 야당 연합 세력의 대결 구도가 해를 넘겨 지속되고 있다.

지난해에 야당 입법위원에 대한 파면투표를 통해 여소야대 구도를 변경하려는 민진당과 라이 정부의 시도는 결국 성공하지 못했다. 올해에는 야권 연합이 총통 탄핵 운동을 주도하면서, 대만 두 진영 간 또 한 번의 정치 투쟁이 시작됐다. 야권인 국민당과 민중당은 지난달 12월 19일, 라이칭더 총통을 중화민국 시기 총통에 그치지 않고 황제가 되고자 했던 위안스카이와 같은 독재자로 비유하면서 라이 총통에 대한 탄핵안 발의를 공식 제기했다. 이번에 진행되는 탄핵 운동은 정권심판과 헌정질서 회복을 내세우지만 하반기의 지방선거를 유리하게 이끌기 위한 야권 연합의 반격이다.

2024년 5월 취임한 라이칭더 총통은 임기 초반부터 ‘여소야대’라는 험난한 지형 위에서 위태로운 줄타기를 이어왔다. 현재 대만 정국을 규정하는 핵심 키워드는 ‘여소야대’의 교착 상태다. 입법원 총 113석 중 여당인 민진당은 51석에 불과한 반면, 야권은 62석(국민당 52석, 민중당 8석, 야권 성향 무소속 2석)을 확보하며 입법 권력을 장악했다.

라이 정부는 여소야대 구도를 돌파하기 위해 지난해에 32명의 야당 인사들에 대한 파면 추진 운동 이른바 ‘대파면’(大罷免)을 시도했다. 야당 의원들을 대상으로 주민소환으로 의원직을 박탈하여 의회 지형을 뒤집겠다는 전략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참담했다. 2025년 7월과 8월에 걸쳐 진행된 국민당 입법위원들에 대한 파면 투표는 중도층의 외면 속에 전원 부결됐다. 대만 유권자들 특히 중도파 시민은 여당의 무리한 ‘의원 사냥’에 제동을 걸었고, 이는 라이 총통에게 정치적 치명상을 입혔다. 여론조사를 보면 라이총통의 집정에 대한 만족도가 4:6의 비율로 낮아진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야권은 이러한 여론 변화를 발판 삼아 ‘위헌 총통 탄핵’이라는 최고 수위의 카드를 꺼내 들며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대만 입법원(국회)이 기자회견을 열고, 라이칭더 총통 탄핵안 처리를 위한 절차에 본격 착수했다. 사진=연합뉴스
대만 입법원(국회)이 기자회견을 열고, 라이칭더 총통 탄핵안 처리를 위한 절차에 본격 착수했다. 사진=연합뉴스

탄핵의 직접적인 도화선이 된 것은 ‘돈’과 ‘법’의 전쟁이다. 야권은 지난해 11월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자율성을 높이는 ‘재정수지기준법(재획법)’ 개정안을 강행 처리했다. 이는 중앙정부 예산의 상당 부분을 지방으로 이전하는 내용을 담고 있지만, 행정부의 정책 실행력을 심각하게 위축시켰다. 야당에 유리한 법안이다.

현재 대만의 지방권력은 국민당이 수도인 타이베이와 신베이를 포함하여 14개 시현을 장악하고 있는데, 여당인 민진당은 5개 시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에 민진당 정부인 라이 총통과 행정원은 이 법안이 중앙재정을 붕괴시키고 예산편성에 관한 예산법 규정을 위반할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법안 공포를 거부하고, 친정부 쪽 인사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사법원의 헌법법정에 법해석을 요구하는 청구로 대응했다.

탄핵은 민주주의의 최후 보루이지만, 적지 않은 정치적 비용을 지출해야 한다. 대만의 한 언론인은 대만과 한국의 탄핵 사례를 비교하면서, 한국인은 거칠고 강한 성격을 보유하기에 과거 일본 식민지 시기 굴욕을 잊지 못하고 일본에 계속하여 ‘사죄’ 단어를 제기하면서, 통치자의 잘못에도 참지 못하고 정상화를 시켰다고 평가했다.

반면에 대만인은 상대적으로 부드러운 성격을 지니기 때문에 일본 통치시기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정치지도자들의 잘못에 대해서도 끝까지 추궁하지는 않는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라이칭더 정부가 집권 이후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행위를 심판하는 것이 대만의 헌정과 민주주의를 회복시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과 타이베이에서 들려오는 탄핵의 함성은 정치양극화의 결과이기도 하지만 민주주의를 논의하고 새로이 정립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이광수 국민대 중국인문사회연구소 HK연구교수

양안 관계와 분단국 정치를 연구하고 있다. 주요 논문으로 「대만 신문의 정치양극화 연구」(2022), 공역서 『중국 정책결정: 지도자, 구조, 기제, 과정』(2018)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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