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시멜로 한 개를 주면서 15분 동안 먹지 않고 참으면 하나 더 주겠다고 제안했을 때 아이는 어떤 선택을 할까? 스탠퍼드대학교의 ‘마시멜로 실험’(1970)에서는 15분을 참지 못하고 마시멜로를 먹어버린 아이가 놀랍게도 참여자의 3분의 2에 가까웠다. 지연된 충족(delayed gratification)에 관한 아동의 행동을 연구하며 나타난 이 장면을 연구자들은 ‘절제 실패’라고 명명했다. 이 연구는 첫 실험에 참여했던 아동의 성취도를 추적 조사한 1988년과 1990년에 발표된 후속 연구로 다시 주목받았다.
후속 연구에서는 15분을 버텨낸 아동들이 학업과 SAT 성적에서 우수했고, 좌절과 스트레스를 잘 견뎌냈고 체질량지수도 정상이었다고 보고했다. 다른 연구에서도 유사한 결과를 보여준 이 실험은 절제력이 어린 나이에 형성되며 행복과 성공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시사점을 제공했다. 하지만 아이에게 영원에 가까운 15분은 어른의 15분과 다르다며, 보상의 약속이 믿을 수 있는지, 방 안에 무엇이 있는지, 그날의 컨디션이 어떤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므로, 결과를 조심스럽게 해석해야 한다는 다른 연구들도 있었다. 타고난 성격만이 아니라 환경과 신뢰도 절제 능력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란 뜻이다.
이 지점을 대중적으로 달콤하게 풀어낸 책이 실험에 참여했던 호아킴 데 포사다와 엘런 싱어가 함께 쓴 『마시멜로 이야기』(2005)다. 성공한 사업가 조나단이 운전기사 찰리에게 마시멜로 원칙을 들려주며, 눈앞의 작은 만족을 미루고 절제하는 사람이 나중에 더 큰 보상을 얻는다는 내용이다. 이 책에서는 마시멜로를 지금 당장 먹지 말라는 인내를 설교하기보다 마시멜로를 다루는 방법과 기술을 설명하기도 했다.
대학생들은 중요한 사안보다 일상생활의 소소한 습관에서 절제해야 한다. 시험 이틀 전의 게임, 오늘 한번 만이라는 술자리, 과도한 통신비, 내일로 미루는 보고서, 과제 베끼기의 유혹에서 절제가 필요하다. 대학 생활은 갑자기 자유가 넘치는 시기인데, 훈련 없이 자유가 주어지면 방임과 거의 동의어가 된다. 절제는 금욕이 아니며 미래의 나에게 남겨두는 ‘지연된 만족’에 가깝다. 대학에 들어가 자유를 만끽하려고 지금을 견디는 고3 학생들은 자의든 타의든 절제를 가장 잘 실천하는 집단이리라.
시간 절제는 단순한 참을성이 아니라 구조를 바꾸는 일이다. 휴대폰을 침대에서 멀리 두고, 과제는 25분 단위로 쪼개면 효과적일 것이다. 절제는 의지의 근육이기도 하지만 시스템의 공학이기도 하다. 마시멜로 실험에서 흥미로운 대목은 강한 아이가 유혹과 정면으로 대결했다는 데에 있지 않다. 어떤 아이는 마시멜로를 똑바로 바라보지 않고 눈을 가리거나, 노래를 부르거나, 손가락 게임으로 주의력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즉, 절제는 참아내는 힘 이전에 유혹을 다루는 기술이다. 대학생의 시험 준비든 교수의 논문 작성에서든 의지력의 영웅담보다 이와 같은 소소한 우회로가 필요하다.
교수에게 절제가 필요한 장면은 더 미묘하다. 지식은 권력이 되기 쉽고, 권력은 자신만이 옳다는 확신을 부른다. 그 확신이 회의실에서 타인의 말을 끊게 만들고, 어떤 심사 과정에서 자신의 취향을 ‘기준’으로 착각하게 만들고, 이메일 한 줄로 학생의 하루를 무너뜨리기도 한다. 연구와 강의 및 행정이라는 세 겹의 일상을 보내는 어떤 교수가 지금도 바쁜데 프로젝트를 더 따오고 싶은 욕구가 일어난다면 ‘거절’이라는 단호한 절제력이 필요하다.
감정의 속도를 늦추려는 노력도 교수의 절제에 해당한다. 성급한 피드백, 공개적인 망신, 조급한 비교는 교육의 목적과 어울리지 않는다. 학생에게는 실수할 권리가 있고, 교수에게는 그 실수를 학습으로 바꿔줄 책임이 있다. 그러려면 15분의 절제가 더 필요하다. 학생의 메일에 답장을 보내기 전에 한 번 더 읽는 15분, 채점 기준을 다시 확인하는 15분, 학생을 혼내기 전에 자신을 성찰해 보는 15분이 뜻밖의 교육 성과를 가져다주지 않겠는가.
절제는 결국 마시멜로를 먹을 때와 쌓아둘 때를 구분하는 감각에 가깝다. 어떤 욕구는 삶을 살찌우고, 어떤 욕구는 삶을 갉아먹는다. 그 둘을 가르는 기준은 대개 지금이 아닌 나중에야 드러난다. 행복하고 싶고 성공하고 싶다면 얼마 동안의 절제가 꼭 필요하다. 아이가 배운 것은 참을성이 아닌 기다림의 경험이었다. 우리에게 필요한 절제도 비슷하다. 절제하는 생활은 삶을 덜 흔들리게 하고 결국 행복과 성취를 데려다주리라 믿는다. 마시멜로는 늘 모습을 바꾸며 우리 앞에 놓여 있다. 오늘의 15분 절제력이 내일의 기쁨을 잉태할 것이다.
김병희 편집기획위원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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