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6-02-13 08:00 (금)
북극권까지 덮친 지구촌의 폭염...강 건너 불이 아니다
북극권까지 덮친 지구촌의 폭염...강 건너 불이 아니다
  • 김해동
  • 승인 2025.07.29 14: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변화하는 기후, 변해야 할 우리 ⑨

국내 대표적인 기상 전문가인 김해동 계명대 교수(환경공학과)가 새로운 연재를 시작한다. 특히 김 교수는 지구과학교육과를 졸업해 그 누구보다도 올바른 시민교육과 과학의 대중화를 위해 앞장서 왔다.
올 여름과 겨울에 나타나는 이상기후 속에서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기후·환경정책은 정치적 이슈와 맞물려 퇴행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에 김 교수는 과학의 측면에서 심도 있게 현재 상황을 분석하고, 기후난민·재생에너지·대안 등에 대해서도 살펴볼 예정이다. 아홉 번째는 북극의 초고온과 설빙 감소로 인한 ‘북극 증폭’ 현상이다.

오늘날 온난화로

북극 지역의 전체 빙하 부피는
1980년대에 비해 70%나

감소한 것으로 평가된다.
북극해 주변의 시베리아,

알래스카, 캐나다 등의 온난화는

다른 지역에 비해 훨씬 높다.

올해도 예외 없이 미국과 유럽 등 지구촌 곳곳에서 때 이른 폭염 소식이 줄을 잇고 있다. 그것도 초고온의 대명사로 불리는 화씨 100도를 넘어선 살인적 폭염이다. 화씨 100도는 우리에게 익숙한 섭씨로는 약 38도에 해당한다. 

38도를 넘어서는 기온을 초고온이라고도 부르는데, 그 이유는 인체에서 온도가 가장 높은 곳의 심장 부근의 온도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그런 고온 조건에서는 에어컨과 같은 도구의 도움으로 기온을 강제로 낮춰줘야만 대사활동으로 만들어진 인체의 폐열을 외부로 방출하여 생존할 수 있다. 

올해의 경우엔 초고온에 해당하는 폭염이 북극에 가까운 고위도 지역도 예외가 아니라는 점에서 보다 충격적이다. 지난 6월 25일에 <타스통신>은 러시아의 시베리아와 극동 지역의 기온이 수일 내로 급상승해 38도를 넘어설 것이라고 전 세계로 타전하기도 했다. 시베리아의 북부 대부분은 북극권 이북에 놓여 있어서 식물이 자라는 여름에 해당하는 기간이 매우 짧으며, 지명의 어원이 ‘잠자는 땅’이라는 사실에서 알 수 있듯이 연중 저온으로 사람이 살아가기 어려운 동토의 대명사로 통하는 지역이었다. 이러한 극지방 초고온 현상의 실상을 알아보고 그것이 중위도 지역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해 보자.

녹고 있는 북극해 얼음 위의 북극곰. 올해 북극 겨울바다얼음 연중 최대면적이 관측사상 최소치를 기록했다고 미국 콜로라도주 볼더 소재 국가설빙데이터센터(NSIDC)가 지난 3월 27일 밝혔다. 북극까지 덮친 초고온은 ‘북극 증폭’으로 인한 지구 온난화의 심각성을 보여주며, 이는 제트기류 약화를 통해 전 세계에 폭염·한파·폭우를 번갈아 불러오고 있다. 설빙 감소로 태양열 흡수가 증가하면서 고위도 지역의 기온 상승이 가속화되고, 그 여파는 중위도 지역의 기상이변으로 확산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북극 빙하의 부피,

1980년대 비해 70% 감소

기온이 상승해가는 온난화는 전 지구적인 현상이지만 그 상승폭은 고위도로 갈수록 증폭돼 북극이나 남극에서 가장 심각하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오늘날 온난화로 북극 지역의 전체 빙하 부피는 1980년대에 비해 70%나 감소한 것으로 평가된다. 북극해 주변의 시베리아, 알래스카, 캐나다 등의 온난화는 다른 지역에 비해 훨씬 높다. 이들 지역에선 여름철에 30도씨를 훌쩍 넘어서는 초고온 현상의 발생 빈도도 높아지고 있다. 올해에도 시베리아와 알래스카엔 초여름부터 30도씨 중 후반의 초고온이 기승을 부렸다. 북극 지역의 온난화가 다른 지역에 비하여 훨씬 급속도로 진행되는 현상을 '북극 증폭‘(Arctic amplification)이라고 부른다.

북극 증폭으로 북극권의 연평균 기온은 지난 50년 동안(1971~2020년)에 3.1도씨 상승했는데, 이것은 지구 평균의 3배를 넘어선다. 가장 최근에 나온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6차 보고서에서도 고위도의 빠른 기온상승 경향은 장래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설빙이 녹아내려

‘북극 증폭’ 발생해

북극 증폭의 원인으로 가장 중요한 요인은 설빙(Snow Ice)이 녹아내리는 효과라고 알려져 있다. 북극권은 대륙빙상이나 바다의 해빙으로 덮여 있는 부분이 많은데, 온난화로 기온이 상승하면 설빙이 녹아 설빙이 덮는 지표면 면적이 줄어든다. 설빙은 흰색이고 태양빛의 약 60% 이상을 반사한다. 이 설빙이 녹아내리면 햇빛 반사율이 낮은 지면과 해수면이 드러나서 햇빛 흡수가 증가하게 된다. 

설빙이 녹으면 지면의 햇빛 반사율이 3배 이상 낮아져서 지면의 태양에너지 흡수량이 3배 이상 많아진다. 그 결과 지표면과 해수면의 온도가 더욱 상승하게 된다. 특히 해수면은 햇빛의 반사율이 6% 정도에 불과해 햇빛을 가장 잘 흡수하는 지구 표면이다. 

과거에는 설빙의 두께가 두꺼워서 이것이 녹아내리고 지표면이 노출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러나 오늘날 북극권의 만년설을 이루는 설빙의 두께가 과거보다 훨씬 얇아져 있다. 그래서 매년 설빙이 사라지고 지표와 해수면이 드러나는 면적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해류와 파도도 해빙이 사라지는 데에 중요한 기여를 한다. 북극해에는 알래스카와 캐나다 해안 북쪽을 순환하는 ‘보퍼트 순환’(Beaufort Gyre)이라고 불리는 해류가 있다. 북극 증폭현상으로 인한 기온과 수온 상승이 문제로 대두되지 않았던 과거에는 해빙이 이들 해류에 실려서 여러 해에 걸쳐 북극해를 떠돌면서 오히려 두께가 늘어나고 오랫동안 녹아내리지 않는 ‘다년 빙’으로 성장했다. 

그런데 오늘날에는 온난화로 해빙이 얇아지고 작아지고 흩어지면서 해류의 영향을 강하게 받아 북극해에서 외부로 흘러 유출되는 양상으로 변했다. 또 얼음(해빙)이 사라진 해상에서 파도가 활발해졌다. 이 파도가 떠돌아다니는 해빙끼리 부딪히게 만들어 붕괴를 조장하고 있다. 이 효과로 북극해의 해빙은 더 빨리 녹아 사라지고 있다.

그린란드의 빙상. 지난 5월, 지구 평균 기온이 역대 5월 중 두 번째로 가장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연합뉴스

 

북극 고온화로 인해

약해지는 제트기류

북극권의 기온이 빠르게 상승할수록 고·저위도 간의 온도차가 줄어들게 된다. 온도차의 감소는 곧 고·저위도 간의 기압차 감소로 이어진다. 기압차가 줄어들면 상층 대기에서 서에서 동으로 부는 바람의 풍속이 감소하게 된다. 즉 상층 제트기류가 약해진다. 

상층 제트기류는 북쪽의 찬 공기와 남쪽의 따뜻한 공기의 경계에 위치한다. 제트기류가 약화된다는 말은 곧 그 경계가 약화된다는 말과 같다. 약화된 제트기류의 경로는 남북 방향으로 크게 소용돌이치게 된다. 즉 어떤 경도대에서는 남쪽 해상에서 만들어진 고온의 공기가 북극권으로 북상해 가서 초고온 현상을 만들어내고 또 다른 경도대에선 북극권의 찬 공기가 저위도로 내려가서 한파를 유발한다.

북쪽으로 북상해간 고온다습한 공기와 북극권의 찬 공기가 부딪힐 경우에 폭우나 폭설이 발생하기도 한다. 지난해 가을, 스페인 남부지역에서 발생한 대홍수와 겨울철에 프랑스 파리에서 발생한 폭설은 이런 사례에 해당한다. 올해 여름에 텍사스에서 4시간 동안에 2년 치의 폭우를 내린 사건도 마찬가지였다. 

남쪽에서 고온의 공기가 북극권으로 치고 올라가는 사건이 발생할 때에 다른 경도대에선 북극권의 찬 공기가 남쪽으로 내려가서 한파를 만들고, 남하하는 도중에 고온다습한 공기와 부딪힐 경우엔 폭우나 폭설을 만든다. 이런 과정으로 고위도와 저위도에서 과거에는 상상할 수도 없었던 폭염과 한파가 기승을 부리게 되고, 극단적인 폭우와 폭설 사고가 나기도 한다.

 

 

 

김해동
계명대 환경공학과 교수
부산대 지구과학교육과를 졸업하고, 일본 도쿄대에서 대기과학 전공으로 박사를 했다. 기상청 기상연구관과 대구환경운동연합공동대표를 역임했다. 『기후위기 과학특강: 도와줘요, 기후박사』, 『내일 날씨, 어떻습니까?』, 『기후변화와 미래사회』 등을 썼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