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6-02-13 08:00 (금)
점술에 빠진 대한민국… 나의 미래를 알려줘! 미신 속의 심리학
점술에 빠진 대한민국… 나의 미래를 알려줘! 미신 속의 심리학
  • 최훈
  • 승인 2025.08.18 09: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세상의 중심에서 심리학을 외치다_ 열여섯 번째 주제 ‘미신 한국’①
최훈 한림대 심리학과 교수

불확실한 상황에서는 기본적으로 
인지적 자원을 많이 소모하게 되고, 
그 결과 ‘분석적 사고’보다는 
‘직관적 사고’를 하려는 경향이 더 강해지고, 
결국 미신적 행동이 늘어나게 된다.

‘내 삶의 심리학 마인드’와 <교수신문>이 함께 ‘세상의 중심에서 심리학을 외치다’ 공동 기획을 마련했다. 최근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주제를 다양한 관점으로 들여다보는 주제탐구 방식의 새로운 기획이다. 한 주제를 놓고, 심리학 전공 분야의 마음 전문가들이 다양한 시각과 분석을 통해 독자의 깊이 있고 입체적인 이해를 돕는다. 마음 전문가의 눈에 비친 세상의 모습은 길을 잃은 현대인에게 길잡이가 될 것이다. 몸과 MBTI, 학교 정글, 중독에 빠진 대한민국, AI시대의 심리학, 웰에이징 시대, 법에도 마음이 있다, 광고 심리학을 입다, 가족이 제일 어려워, ‘예술, 심리학을 만나다’, ‘심리학, 마음을 재다’, ‘잠을 잊은 그대에게’, ‘상담의 기술’, ‘심리학, 감정을 파헤치다’, ‘한국 청년들의 무기력’에 이어 열여섯 번째 주제로 ‘미신 한국’을 다룬다. 최훈 한림대 심리학과 교수의 첫 번째 글이다.

축제가 한창이던 어느 날. 캠퍼스를 가득 채운 현수막 속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단어, ‘타로’. 별생각 없이 부스 앞을 지나고 있었는데, 갑자기 고개를 푹 숙이는 한 학생이 눈에 띄었다. 어? 얼굴이 익숙한 심리학과 학생. “교수님… 죄송합니다… 저희 동아리에서 제 의지와 상관없이 진행하는 행사인데요. 제가 타로를 믿는 건 절대 아닙니다. 진짭니다.” 뭐 그리 애써 변명하지 않아도 괜찮은데, 그 학생은 죄인인 듯 고개를 연신 조아렸다.

과학적 학문임을 표방하고 있는 심리학의 특성상, 사주·관상·타로·최면 등과 같은 초자연적인 현상과 친하지 않다. (아직도 일부의 사람들은 심리학이 저런 현상을 다룬다고 생각하고 있기는 하다.) 그럼에도 심리학과 학생이 타로 부스에 앉아 있을 만큼 초자연적 믿음에 관한 관심은 상당하다. 2024년 기준 네이버의 전문가 상담 플랫폼에서 가장 인기 있는 분야 1·2위가 운세/사주와 타로점이었다고 한다.

그뿐 아니다. 최근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었던 아이돌과 소속사 간 분쟁 이슈에서도 역술가가 등장해 조언해주는 카톡이 공개된 적이 있고, 국정 현황을 다룰 때도 역술가의 개입이 종종 언급되곤 한다. 이쯤 되면 미신에 빠진 대한민국이라 할만하다. 왜 이렇게 우리는 미신에 열광하는가?

최근 화제의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 결국 이 작품도 무속인과 악귀의 싸움이야기이다. 이미지=넷플릭스

불확실한 세상 속 미신의 유혹

많은 사람들은 불투명한 미래 때문에 미신을 찾게 된다고 이야기한다. 맞는 말이다. 한 연구에서 걸프 전쟁 중 미사일 공격을 당할 가능성이 높은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를 비교해 봤더니, 당연하게도 미사일에 빈번하게 공격당했던 사람들에게서 미신적 사고가 증가했다고 했다. 

불확실성은 인간이 태생적으로 싫어하는 요소이다. 신일숙 작가의 전설적인 만화 「아르미안의 네 딸들」에서는 “인생의 예측불허, 그리하여 생은 그 의미를 갖는다”라는 명대사를 남겼지만, 그건 남의 이야기일 때나 공감이 가는 말이다. 나에게 선택권이 있다면 굳이 예측불허의 세상 속으로 들어가고 싶지는 않을 터.

기본적으로 불확실성은 인간의 생존에 유리하지 않다. 불확실한 상황에서는 주변의 요소들을 관리할 수 있는 통제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불확실하고 통제력이 떨어지는 상황에서는 불편감이나 불안감을 느끼도록 세팅되어 있다. 흥미로운 드라마를 보다가 클라이막스 부분에서 ‘다음 회에 계속’이란 문구를 보고 있으면 내 안에 잠재되어 있던 공격성이 증가하지 않는가? 자이가르닉 효과라는 것이 있는데, 수행 도중에 중단된 과제나 완료되지 않은 일이 완료된 일보다 기억에 더 잘 남는 현상을 말한다. 어떤 일이든 완료되지 않고 미완성 상태로 남으면 정신적 긴장 상태를 유지시키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빠르지만 오류투성이의 길

불편감이 생기면 우리는 그 불편감을 없애기 위해 노력한다. 그래서 모호하고 불확실한 상황을 회피하기 위해 신속하게 명확한 결론에 도달하려는 경향을 갖게 되는데, 이를 인지적 종결 욕구(Need for Cognitive Closure)라 한다. 문제는 인지적 종결 욕구가 큰 사람일수록 불확실성을 견디다 못해, 합리적이지 않은 결론을 받아들인다는 점이다. 

휘트슨(Whitson)과 갤린스키(Galinsky)는 2008년 유명 학술지인 『사이언스』에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자들은 참가자들에게 중요했지만,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일이 진행된 경험을 떠올려 서술하게 함으로써 통제감 상실의 기분을 만든 다음, 애매모호한 상황에서 어떻게 판단하는지 확인하였다. 그 결과, 통제감을 상실한 참가자들은 실체가 없는 노이즈 이미지만 제시했을 때도 그 안에 어떤 물체가 존재한다는 보고를 더 많이 했다.

이런 현상을 연구자들은 불확실성을 제거하고자 실제로 존재하지 않은 인위적인 패턴이나 구조, 규칙, 연관성을 실제와 다르게 지각하는 착각적 패턴 지각(illusory pattern perception)이라 했다. 착각적 패턴 지각은 실제 상황에서도 발생하는데, 그들의 연구에서 통제감을 상실한 참가자들은 서로 상관없는 2개의 주식 수익률 데이터에 대해서도 서로 강한 상관관계에 있을 것이라고 지각하는 경향이 더 강했고, 모호한 역사적 사건들에 대해서 음모론을 받아들이는 가능성이 더 높았다. 또한 복권 결과를 예측하는 과제에서도 자신의 예측 정확도를 과도하게 높게 예상했으며, 더 빈번하게 미신적 행위를 떠올리는 경향도 보였다. 

직관적 사고와 분석적 사고

불확실하고 통제력을 상실한 상황에서는 직관적 사고를 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뒤따른다. 이중 처리 이론에 따르면 인간의 사고는 두 가지 시스템을 통해 이루어지는데, 첫 번째는 빠르고 노력 없이 작동하면서, 감각적·경험적 단서를 기반으로 즉각적인 판단을 내리는 시스템 1(직관적 사고)이고, 두 번째는 느리지만 의식적이며, 논리적 규칙과 증거에 기반해 체계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시스템 2(분석적 사고)이다.

오류를 줄이는 정확한 사고를 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시스템 2가 더 바람직하겠지만, 이를 사용하는 데에는 많은 인지적 노력을 해야 한다. 항상 과도한 노동에 시달리며, 틈만 나면 꾀를 부리는 인지적 구두쇠인 뇌가 시스템 2만을 사용하는 건 상상하기 어려운 일. 그래서 웬만한 일에서는 시스템 1을 통해 의사결정을 한다. 편향이나 휴리스틱이 발생하는 원인이기도 하다.

불확실한 상황에서는 기본적으로 인지적 자원을 많이 소모하게 되고, 그 결과 시스템 2를 이용한 분석적 사고보다는 시스템 1을 이용한 직관적 사고를 하려는 경향이 더 강해지고, 결국 미신적 행동이 늘어나게 된다.

미신이 아닌 나를 믿고 나아갈 때, 미래의 주인공은 미신이 아닌 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림=챗GPT

미래의 주인공은 누구인가?

알 수 없는 미래는 언제나 우리에게 위협을 준다. 눈을 가리고 좁은 길을 걷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런 미래를 통제할 수 있도록, 우리는 스스로의 역량을 키우는 노력을 하며 대비한다. 그러나 요즘처럼 세계 정세가 불안하고, 경제 상황이 예측불허인 경우, 개인의 노력으로도 통제력을 유지할 수 없는 상태가 되면, 너무나도 당연하게 미신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정확하지는 않아도 누군가가, 특히 뭔가 신령한 느낌이 있는 누군가가, “이리하라”고 말해준다면, 그 달콤함의 유혹은 상당할 것이다.

그리고 그 신령한 말 한마디는 스스로 지각하는 나의 통제감을 높여 줄 수는 있을 것이다. 이런 현상을 착각적 통제감(illusion of control)이라 하는데, 말처럼 착시일 뿐 실제 나의 통제력을 높여 주는 것은 아니다. 가짜 만족감을 위해서 우리는 우리의 미래를 담보 잡히는 셈이다.

자기 효능감이 낮은 사람일수록 미신 성향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내가 미래를 바꿀 수 있는 능력이 없다’는 생각이 ‘어떤 운명의 힘이 도와줄 것’이라는 믿음으로 외부에 통제권을 이양하도록 한다. 혼란의 시대. 어찌 하루하루를 살아야 할지, 어떤 내일을 위해 힘을 쏟아야 할지 알 수 없는 오늘이지만, 결국 해답은 내 안에 있다. 나의 능력을 쌓고, 그 능력을 믿을 때, 미신이 아닌 내가 주도하는 미래를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최훈 한림대 심리학과 교수
연세대 심리학과에서 학·석사를 마치고, 예일대에서 심리학 박사를 취득했다. 이후 보스턴대와 브라운대에서 박사 후 연구원 과정을 거쳐 현재 한림대 심리학과에 교수로 재직 중이다. 고등학교 때부터 좋아하던 만화, 아이돌, 스포츠를 지각 심리학의 영역으로 끌고 들어와 평생 덕질을 하듯 연구하며 사는 것을 소망하는 심리학자이다. 대표 저서로 『우리는 왜 얼굴에 혹할까?(2025)』가 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