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민정책학회·교수신문 공동기획
외국 인력 정책의 성과는 더 이상
‘얼마나 데려왔는가’만으로 가늠 어렵다.
숙련과 경력이 사회에 남고 지역사회와
연결되는 구조를 아울러 설계할 때다.
한국의 산업 현장과 대학, 지역사회에는 이미 다양한 외국인이 자리 잡고 있다. 외국인 근로자, 유학생, 전문인력 등 외국인 구성은 빠르게 다층화됐고, 관련 제도 역시 현실 변화에 맞추어 지속적으로 확대돼 왔다. 이러한 변화는 노동시장 수요와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한 결과이며, 그 과정에서 축적된 정책적 노력 역시 평가받을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 현장에서는 숙련 인력 부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지역사회에서는 외국인력이 장기적으로 정착하지 않는다는 인식이 반복되고 있다. 이는 외국인력 정책이 도입과 관리의 단계에서는 일정한 성과를 거두었으나, 그 이후의 경로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함을 시사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정책의 성패를 단정하기보다, 성과를 평가하는 기준을 보다 정교하게 설정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경험 축적해도 일시적 존재로 남는 외국인력
외국인력은 동일한 일터에서 수년간 근무하며 현장 경험을 축적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러나 이러한 경험이 공식적인 경력이나 다음 단계로 체계적으로 연결되지 못하는 사례 역시 존재한다. 「외국인력 활용 중소벤처기업의 생산성 향상을 위한 정책과제 도출 결과보고서」(강정향 외, 2023)는 이 지점을 단순한 인력 수급의 문제가 아니라 ‘경험이 이어지지 않는 구조’의 문제로 해석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들이 체감하는 어려움은 “현장에 바로 투입할 숙련·경력을 갖춘 인력이 부족하다”라는 데 있다. 이는 외국인력 개인의 역량을 일반화해 평가하기보다는, 현장에서 형성된 경험이 사회적으로 축적·인정되는 경로가 충분히 마련되어 있는지에 대한 질문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해 논의의 초점은 개인보다 제도적 연결 구조에 가깝다.
교육은 다층적,
성장의 경로는 불명확
외국인력을 대상으로 한 교육은 이미 다층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현지 사전교육 △입국 직후 취업교육 △특화훈련 △조기적응프로그램 △체류 중 직업능력개발훈련 △사회통합프로그램까지 이어지는 교육 체계는 그 자체로 상당한 정책적 투자의 결과다. 이러한 노력은 외국인력의 초기 적응과 기본 역량 형성에 일정한 역할을 해왔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이러한 교육이 숙련의 심화와 확장으로 어떻게 이어지는지, 즉 단계적 성장 경로로 충분히 구조화돼 있는지는 추가적인 점검이 필요하다. 교육은 반복되지만, 숙련의 수준을 구분하고 다음 단계로 이동할 수 있는 기준은 상대적으로 명확하지 않다. 그 결과 경험은 축적되지만, 성장의 궤적이 사회적으로 공유되기 어려운 측면이 나타난다.
외국인력과 관련된 제도는 기능 인력, 전문 인력, 유학생, 지역 단위 체류 제도 등으로 다양해졌다. 이는 외국인력 구성의 다양성과 정책 환경의 복잡성을 반영한 결과이며, 단순한 통합이나 일원화가 쉽지 않은 영역임도 분명하다.
그러나 제도 간 연계가 충분히 고려되지 않은 채 병렬적으로 운영되면서, 학습·근무·이동·정착이 서로 다른 정책 영역에 나뉘어 작동하는 경향도 함께 나타난다. 이 과정에서 외국인은 의도치 않게 ‘체류 자격 단위’로 관리되고, 현장에서 쌓은 경험이 다음 단계로 자연스럽게 이어지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한다. 이는 특정 제도의 문제라기보다, 제도 간 연결을 강화할 필요성을 보여주는 구조적 과제로 이해할 수 있다.
해외 주요국, 경험을 제도로 이어가
해외 주요국의 사례는 외국인력이 쌓은 경험을 어떻게 다음 단계로 연결하는지를 비교적 분명하게 보여준다. 독일은 2020년 「숙련인력이민법(Fachkräfteeinwanderungsgesetz)」을 시행하며 외국인력을 단순 보완 인력이 아닌 숙련 형성의 주체로 제도 안에 위치시켰다. 직업훈련 과정에서 기업 현장 경험은 상공회의소(IHK)와 수공회의소(HWK)가 주관하는 시험과 자격 인증으로 연결되며, 이 자격은 산업 전반에서 통용되는 경력으로 인정된다. 현장에서 보낸 시간은 단순 근속이 아니라 다음 직무와 이동을 가능하게 하는 공식 이력으로 남는다.
일본은 기존 기술실습제도가 숙련 축적보다 단기 노동력 순환에 머물렀다는 비판을 공식적으로 수용하고, 2024년 이후 단계적 제도 개편을 추진 중이다. 일본 정부는 2027년 시행을 목표로 고용을 전제로 한 ‘육성취업제도’ 도입을 준비하며, 일정 기간의 근무와 훈련을 통해 역할과 책임이 확대되는 구조를 설계하고 있다. 이는 외국인력을 시간이 지날수록 역할이 변화하는 노동 주체로 재정의한 시도다.
캐나다는 외국인력 정책을 노동시장 정책과 사회통합 정책으로 분리하지 않는다. 연방정부의 점수제 이민제도(Express Entry)는 직무 경험과 언어 능력, 학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며, 입국 이후에는 주정부와 지역사회가 취업·언어·정착을 통합적으로 지원한다. 특히 지역에서 축적된 경력이 다시 지역 노동시장에 환류되는 구조를 정책 성과로 관리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들 국가의 공통점은 외국인력을 이상화해서가 아니라, 경험이 단절되지 않도록 최소한의 제도적 연결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는 데 있다.
이제 한국의 외국인력 정책도 같은 질문을 던질 시점이다. 더 많은 외국인력을 도입할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라, 이미 와 있는 외국인력이 어떤 경로를 통해 숙련과 경력을 쌓고 사회와 연결될 수 있는가의 문제다. 이는 단기간에 해결할 수 있는 과제가 아니며, 재정 여건과 제도적 제약, 현장의 현실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어 교육과 초기 적응 중심의 접근을 넘어, 직무 훈련–현장 경험–역량 인정–경력 전환이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모색할 필요성은 분명하다. 지방정부, 경제단체, 훈련기관 역시 외국인력 정책의 주변이 아니라, 경험을 사회에 남기고 지역과 연결하는 협력 주체로 참여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외국인력이 축적한 숙련과 경험이 사회적 자산으로 제도화될 때, 한국은 ‘데려오는 사회’에서 ‘남기는 사회’로의 구조적 전환을 실현할 수 있다. 이러한 논의는 개별 정책이나 제도의 비판을 위한 것이 아니라, 외국인력의 양적 확대 국면을 지난 한국 사회가 질적 성장 단계로 이행하기 위해 숙고해야 할 정책적 과제를 제기하는 것이다.
* 이번 호로 연재를 마칩니다. 애독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강정향
고려사이버대 이민·다문화현장실습 지도교수
법무부 사회통합자문위원회 위원
번역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