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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일의 불타는 계절이 온다...21세기 후반 한반도의 미래
60일의 불타는 계절이 온다...21세기 후반 한반도의 미래
  • 김해동
  • 승인 2025.08.27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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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하는 기후, 변해야 할 우리 ⑩

국내 대표적인 기상 전문가인 김해동 계명대 교수(환경공학과)가 새로운 연재를 시작한다. 특히 김 교수는 지구과학교육과를 졸업해 그 누구보다도 올바른 시민교육과 과학의 대중화를 위해 앞장서 왔다.
올 여름과 겨울에 나타나는 이상기후 속에서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기후·환경정책은 정치적 이슈와 맞물려 퇴행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에 김 교수는 과학의 측면에서 심도 있게 현재 상황을 분석하고, 기후난민·재생에너지·대안 등에 대해서도 살펴볼 예정이다. 열 번째는 이번 우리나라 여름기후로 살펴본 이상기온이다. 올해 한반도는 때 이른 폭염과 장마 실종, 극한호우가 반복됐고 이는 해양·북극권 고온화로 인한 공기 균형 붕괴의 결과다.

한반도는 전 세계에서

가장 큰 해양과 대륙의 경계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해양과 북극권의 고온화가 만들어내는
때 이른 폭염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을 지역임에 틀림없다.

올해 우리나라 여름기후의 특성은 첫째 때 이른 폭염, 둘째 장마의 실종, 셋째 극한호우와 폭염의 주기적 출현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런 현상이 발생한 원인은 남쪽 해상의 고수온 현상과 북극권 고온화에 있다. 저위도에 뜨거운 공기, 고위도엔 차가운 공기가 존재하는데 지구온난화로 저위도 해상에서 뜨거운 공기가 많이 생겨나고 북극권의 찬 공기는 줄어들었다. 이것이 매년 지구촌 곳곳에서 이상기후가 발생하는 근본적인 원인이다. 

앞에서 언급한 금년 우리나라 여름기후의 특성 세 가지엔 그러한 원인이 공통적으로 또렷하게 관여했다. 지면 관계상 때 이른 폭염을 대상으로 이 문제를 생각해 보고자 한다.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특보가 발효 중인 지난 17일, 서울 광화문광장 바닥 분수에서 어린이들이 뛰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남쪽 뜨거운 공기와 극지방의 차가운 공기
두 공기의 균형 무너져 편서풍 파동 불규칙

지구상의 공기는 남쪽의 뜨거운 공기와 극지방의 차가운 공기로 대별할 수 있고, 이 두 공기의 경계가 중위도 지역 상공에 출현하는 편서풍 파동이다. 뜨거운 공기와 차가운 공기의 세력이 팽팽할 경우엔 편서풍 파동이 거의 동일 위도 대를 따라서 일주하고 편서풍 파동 대 안에서 출현하는 제트기류의 풍속도 강하다. 

편서풍 파동은 계절에 따라서 남북방향으로 이동을 하는데, 뜨거운 공기의 세력이 강해지는 여름엔 고위도에 위치하게 되고, 차가운 공기의 세력이 강해지는 겨울엔 저위도에 위치한다. 두 공기의 세력이 엇비슷한 봄과 가을엔 편서풍 파동이 수시로 고위도와 저위도를 오간다. 그래서 봄과 가을엔 기온의 변덕이 심하게 나타난다. 편서풍 파동은 두 공기세력이 어떤 상황에 있는지를 알려주는 표시와 같다. 

두 공기세력의 균형이 무너지면 편서풍 파동의 위치도 불규칙하게 변하게 되고, 그에 따라서 이상 기후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때 이른 폭염이 일상이 된다는 것은, 이른 시기부터 남쪽의 뜨거운 공기세력이 북쪽의 찬 공기 세력을 압도하기 때문이다. 산업혁명 이래로 대기에 적체된 온실가스가 만들어낸 잉여열의 90% 이상이 해양에 흡수돼 해수온도를 높여온 탓에 남쪽 해상에서 기원하는 뜨거운 공기의 세력이 과거에 비해 훨씬 강해졌다. 반면에 지구온난화는 저위도에 비해 북극권에서 3배 이상 빠르게 진행했기 때문에 차가운 공기의 세력은 계속 약해져왔다. 그 결과가 때 이른 폭염의 모양으로 우리에게 다가왔다. 

때 이른 폭염이 전 세계에 큰 충격으로 성큼 다가온 때는 2022년이었다. 그 해에 인도와 파키스탄을 비롯한 남아시아 지역에선 38도를 넘어서는 극한 폭염이 3월 초에 시작돼 인도 우기가 시작되는 5월 말까지 이어졌다. 4월에 기상관측 역사상 가장 높은 기온이 나타났고, 50도씨에 육박하는 살인적인 더위가 이어진 지역들도 있었다. 그 원인은 티베트고원의 고온화와 인도 남쪽에 위치한 벵골 만의 높은 해수온도로 만들어진 고온다습한 공기의 때 이른 북상에 있었다. 

남유럽도 5월부터 기록적인 고온이 나타났는데, 폭염의 강도는 점차 더 강해지면서 북쪽으로 확장돼 갔고, 7월 중순에 스페인과 이베리아반도에서 47도씨를 넘어서는 초고온 현상이 나타나서 오래 지속되어 수많은 인명피해를 냈다. 

경상 지역 대형 산불과 이상 고온 현상
봄의 실종과 폭염일수의 대폭 증가로 이어져

우리나라에선 올해 경북과 경남에서 대형 산불이 났던 3월 중하순에 대전에서 일 최고기온이 29.3도씨까지 오르는 등 30도씨에 육박하는 고온이 일주일 정도 나타났었다. 그것은 300년 빈도의 고온현상으로 평가된 사건이었다. 아울러 우리나라의 62개 유인기상관측소(ASOS) 지점 중에서 37개 지점에서 기상관측 역사상 3월의 일 최고기온 신기록이 경신됐다. 6월엔 장마전선이 올라오기도 이전이었던 6월 초순에 강릉의 34.6도씨를 시작으로 한반도의 동쪽 지역을 중심으로 폭염특보가 내려지는 고온이 시작됐다. 

7월엔 상순부터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서쪽 지역에 극한 폭염이 이어졌다. 경기도 광주에서 역대 최고인 41.7도씨를 기록하였고, 경기도 북부와 광주 등의 일부 지역에서 40도씨를 넘었고, 서울에서도 7월 8일에 37.8도씨까지 올라서 1908년에 근대 기상 관측 이래 7월 상순 기온으로는 기록을 경신했다. 

서울의 7월 평균기온도 28도씨로 역대 가장 더운 해였던 2018년의 8월 평균기온과 같은 수준에 이르렀다. 6∼7월을 달구었던 고온현상은 8월에 접어들어 중반까지는 북태평양고기압이 남쪽 해상으로 수축되고, 폭우가 이어지면서 주춤했지만 그 이후로 재차 북태평양고기압이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중국대륙의 동쪽까지 확장하여 주간 폭염에 야간 열대야현상이 동반되는 고온현상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때 이른 폭염이 나타나면 봄의 실종이라는 피해는 물론이고, 한 해의 폭염이 일찍 시작되고 더 늦은 시기까지 이어져서 폭염일수가 대폭 증가하게 된다. 20세기 중반까지 우리나라에서 폭염은 이례적인 현상이었다. 20세기 후반(1971〜2000년)에도 폭염일수가 연평균 4.2일에 불과하였고, 35도씨를 넘어서는 초고온현상은 이상고온의 해에 가끔 경험하는 일이었다.

한반도, 가장 큰 해양과 대륙의 경계에 위치
해양·북극권의 고온화로 폭염일수 더 늘 것

올해에 때 이른 폭염이 기승을 부린 원인은, 장마전선이 평년보다 훨씬 일찍 북상해오고 금방 자취를 감춘 극단적인 마른장마 현상을 만든 원인과 동일했다. 태평양 서부해역의 수온이 높게 형성돼 우리나라 여름을 지배하는 북태평양고기압이 강하게 발달할 조건을 갖추었는데, 이것의 북상을 막아서 늦추어야 할 북쪽 대륙의 찬 공기가 이른 시기부터 동아시아에서 후퇴해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남쪽의 뜨거운 공기는 강성해지는데, 북극권 찬 공기의 세력은 약해져가는 기후위기 현상의 특성이 올해에 한반도에서도 또렷하게 나타났던 것이다. 

한반도는 전 세계에서 가장 큰 해양과 대륙의 경계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해양과 북극권의 고온화가 만들어내는 때 이른 폭염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을 지역임에 틀림없다. 그래서 연간 폭염일수는 가까운 장래인 2030년대에는 20~30일 전후로 전망되고, 해가 갈수록 심화되어 금세기 후반에는 60일 가까이로 급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김해동
계명대 환경공학과 교수
부산대 지구과학교육과를 졸업하고, 일본 도쿄대에서 대기과학 전공으로 박사를 했다. 기상청 기상연구관과 대구환경운동연합공동대표를 역임했다. 『기후위기 과학특강: 도와줘요, 기후박사』, 『내일 날씨, 어떻습니까?』, 『기후변화와 미래사회』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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