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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많으면 많을수록 좋을까…선택은 다를 수 있다
언제나 많으면 많을수록 좋을까…선택은 다를 수 있다
  • 강윤희
  • 승인 2024.03.07 08: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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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중심에서 심리학을 외치다_ 여덟 번째 주제 ‘광고, 심리학을 입다’④ 선택에서 다다익선의 착각

‘내 삶의 심리학 마인드’와 <교수신문>이 함께 ‘세상의 중심에서 심리학을 외치다’ 공동 기획을 마련했다. 최근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주제를 다양한 관점으로 들여다보는 주제탐구 방식의 새로운 기획이다. 한 주제를 놓고, 심리학 전공 분야의 마음 전문가들이 다양한 시각과 분석을 통해 독자의 깊이 있고 입체적인 이해를 돕는다. 마음 전문가의 눈에 비친 세상의 모습은 길을 잃은 현대인에게 길잡이가 될 것이다. 몸과 MBTI, 학교 정글, 중독에 빠진 대한민국, AI시대의 심리학, 웰에이징 시대, 법에도 마음이 있다에 이어 여덟 번째 주제로 ‘광고, 심리학을 입다’를 다룬다. 강윤희 중앙대 심리학과 강사의 네 번째 글이다. 

무조건 많은 상품을 추천하는 것이 
언제나 좋은 전략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지나치게 선택의 폭이 넓을 경우, 
소비자가 선택하는데 많은 시간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선택 대안 간 갈등이 유발되기에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가 결국 선택하지 못할 수도 있다.

많을수록 좋다. 우리는 이 당연한 명제를 의심하지 않는다. 사람을 뽑을 때도, 물건을 고를 때도 선택의 폭이 넓어지면 넓어질수록 더 좋은 사람, 더 나은 제품을 선택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많이 찾아보고 충분히 생각한 후 결정해야 후회하지 않을 거라 믿는다. 그런데, 정말 선택 옵션이 많아지면 더 잘 선택할까? 선택하고 후회하지 않을까? 

선택의 역설

물론 사람들이 더 많은 제품 중에 하나를 고르길 원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일단 선택지가 많다는 사실은 자신이 최상의 선택을 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또한 다양한 제품이 있다는 사실은 선택을 유연하게 하고 선택 과정을 즐겁게 할 수도 있으며, 시시각각 변하는 자신의 취향을 잘 만족시켜 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저렴한 제품 하나를 사더라도 인터넷으로 최대한 많이 정보를 찾고 비교한 뒤 결정하려 하며, 기업들도 이러한 소비자의 생각에 부응하고자 더 다양한 제품을 구비하여 그들의 취향을 맞추기 위해 노력한다. 

그런데 잘 생각해보라. 어느 날 당신이 핑크 립스틱을 사러 갔는데, 매장에 ‘체리 핑크, 딸기우유 핑크, 슬로우 핑크, 썸머 핑크, 숨막히는 핑크, 거침없는 핑크….’ 수 십가지의 핑크 립스틱이 놓여있다면, 즐거운 마음으로 립스틱을 구매해서 나올 수 있을까? 당신은 당신의 취향에 딱 맞는 제품을 잘 골라 나올 수 있을 것 같겠지만, 실제는 그러기 쉽지 않다. 오히려 당신은 이 상황에서 선택을 포기하거나 연기할 가능성이 크다. 이를 선택의 역설(The Paradox of Choice), 선택 과부하(choice overload)라 한다. 

선택은 언제나 어렵다. 헤라클레스가 힘든 고난의 길과 세속적인 유혹의 길, 두 가지 선택에서 괴로워하고 있다. The Choice of Heracles, 1596, 안니발레 카라치. 캔버스에 오일. 

관심과 구매 사이

실제 연구자들은 식료품점 시식코너에서 잼을 진열하여 실험을 했다. 한 조건에서는 6가지 종류의 잼을 진열하고, 다른 조건에서는 24가지 종류의 잼을 진열한 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시식코너에서 시식하는지, 그리고 얼마나 많은 사람이 실제 구매까지 이어지는지 살펴봤다.

실험결과는 당신이 예상했듯이 6가지 종류의 잼을 진열한 경우 보다 24가지 잼을 진열했을 때 발길을 멈춰 시식을 한 사람들이 많았다. 더 관심을 가졌다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흥미롭게도 실제 시식 대비 구매 비율은 24가지 종류의 잼을 진열했을 때보다 6가지 잼을 진열한 경우 더 높게 나타났다. 

에세이를 쓰게 하는 과제를 부여한 실험에서도 역시 30가지의 주제 중 고르게 한 경우보다, 6가지 주제를 제시하고 작성하게 한 경우, 추가적인 크레딧을 얻기 위해 과제를 더 많이 제출하는 결과가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선택 대안이 늘어났다는 것이 당신의 흥미를 자극할 수 있지만, 너무 많아진 선택 대안에 압도되어 오히려 선택 동기를 떨어뜨리게 만들 수 있음을 보여준다. 

다양함과 많음의 미로 안에서

여기서 우리는 기업이 소비자에게 매우 다양한 선택지를 주는 것, 고객의 관심을 끌기 위해 무조건 많은 상품을 추천하는 것이 언제나 좋은 전략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지나치게 선택의 폭이 넓을 경우, 소비자가 선택하는데 많은 시간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선택 대안 간 갈등이 유발되기에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가 결국 선택하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설령, 하나를 어렵게 선택한다 할지라도, 무수히 많은 대안들 속에서 선택하지 않은 것에 대한 미련 때문에 후회하기 쉽다. ‘딸기우유 핑크 립스틱을 선택했는데, 나한테 체리핑크가 더 어울리는 제품이었을 수 있어’라는 생각이 실제 선택 이후의 만족감을 떨어뜨릴 수 있는 것이다. 

단순히 선택지의 많고 적음뿐만 아니라, 제품의 기능 역시 그러하다. 많은 기업들은 하나의 제품에 다양한 기능(속성)이 포함된 제품을 출시하고, 경쟁 제품보다 부가 기능을 더 많이 가지고 있음을 어필하며 소비자의 지갑을 열기 위해 노력한다. 새로 나온 치약을 광고하면서 이 치약이 미백·충치 예방·구취 제거 등 다양한 기능을 가지고 있다고 말이다. 부가적인 기능이 많고 다양하다는 것은 엄청난 장점이자 차별화 요소이다. 그러나 다양한 기능에 대한 어필은 소비자에게 사용의 복잡성이나 사용 과정의 노력 등 다른 부정적인 추론을 이끌어 낼 수 있다. 

또한 여러 부가 기능을 가진 제품은 한 기능만을 어필하는 제품에 비해, 제품을 통해 얻는 혜택과 각 기능 간의 연결을 약하게 만드는 희석효과(dilution effect)가 나타날 수 있다. 자외선 차단·비비크림·주름 개선 기능이 포함되어 있다는 선크림이 자외선 차단지수가 매우 높은 선크림보다 각 기능의 효과가 그저 그럴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수 있다는 것이다. 

기업이 여러 기능이 포함된 제품을 소비자에게 어필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기능이 전체적인 제품 가치에 부합되게 만들거나, 하나의 우세한 기능을 강조하는 제품과 직접적으로 비교되지 않도록 제품 배치를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또한 소비자가 장기적이거나 단기적인 관점에서 제품을 평가하고 있는지와 같은 상황적 맥락 역시 중요하다. 지금 당장 구매해야 하는 단기적 관점에서 소비자는 제품 기능과 효과 관련된 부정적 추론과 반응이 더 활성화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많은 선택지 속에서 옳은 선택을 하고 있을까? 사진=DALL·E

The less, the better

‘당신이 선택할 수 있는 제품이나 옵션의 수가 많다.’ ‘이 제품은 수 백 가지 기능을 가지고 있다.’ 이 달콤해 보이는 다다익선의 메시지들은 당신의 기대보다 쓴 결과를 이끌 수 있다. 많으면 많을수록 소비자가 좋아할 것이라는 단순한 기대로 많은 옵션을 제시하고, 무수한 기능을 어필하는 커뮤니케이션이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 핵심적인 것에 초점을 맞추고 너무 많은 옵션과 대안을 펼쳐서 소비자에게 보여주기보다는 적당하게 간소화하는 것이 때로는 소비자의 선택을 쉽게 하고 선택 후 만족을 이끌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강윤희 중앙대 심리학과 강사
중앙대에서 소비자및광고심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공익 캠페인에서의 효과적인 설득 전략, SNS 광고 및 검색광고 효과 등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 현재는 선물 행동, 지연된 할인 전략, 지속가능한 소비에 관심을 갖고 연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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