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적인 기상 전문가인 김해동 계명대 교수(환경공학과)가 새로운 연재를 시작한다. 특히 김 교수는 지구과학교육과를 졸업해 그 누구보다도 올바른 시민교육과 과학의 대중화를 위해 앞장서 왔다.
지난해 여름과 겨울에 나타나는 이상기후 속에서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기후·환경정책은 정치적 이슈와 맞물려 퇴행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에 김 교수는 과학의 측면에서 심도 있게 현재 상황을 분석하고, 기후난민·재생에너지·대안 등에 대해서도 살펴볼 예정이다.
열두 번째는 벨렝 회의(제30차 기후변화협약 총회)이다. 이 회의에서 나온 보고서는 파리협정 10년이 지났지만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 적응 모두에서 ‘격차’가 사상 최대로 벌어졌으며, 지금 추세면 지구 평균기온이 2.8도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벨렝 회의는 목표 상향과 재원 확대에 합의했지만 이행은 여전히 불투명하고, 한국 역시 탈석탄 약속이라는 진전과 함께 실질적 행동과 기후 재정 기여 부족이라는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
2025 유엔환경계획의 배출량과
적응에 관한 격차보고서는
인류가 처해있는 기후 위기 대응이
암울한 실정임을 지적했다.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비명이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이다.
지난해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 30)는 파리협정 체결 10주년을 맞아서, 아마존의 입구 또는 심장이라 불리는 브라질의 벨렝에서 개최됐다. 그 시기에 유엔환경계획(UNEP)은 온실가스 감축과 적응 대책의 현황을 진단한 2개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그 보고서에 의하면 파리협정으로 인류가 감당해야 할 감축과 실제로 달성한 온실가스 감축량 간의 ‘배출 격차’(Emissions Gap), 그리고 기후 재앙에 맞서기 위해 마련하기로 했던 자금과 실제 준비된 기금 간의 ‘적응 격차’(Adaptation Gap)는 그 어느 때보다 벌어져 있었다.
도대체 지구촌의 기후 위기 대응은 어디까지 준비됐을까? 앞으로 노력하면 대응이 가능한 걸까? 이 문제를 COP30에서 나온 합의문과 유엔환경계획의 온실가스 배출량 격차보고서와 적응 격차보고서의 내용을 바탕으로 생각해 보고자 한다.

벨렝, 대서양과 아마존강 만나는 항구 도시
벨렝은 브라질 북부 파라(Pará)주의 주도로, 대서양과 아마존강이 만나는 항구 도시이다. 지리적으로 벨렝은 아마존으로 들어가는 입구의 역할을 한다. 한편으로 벨렝은 아마존 지역의 경제·문화·행정의 중심 역할을 하는 인구 150만의 대 도시이다. 그래서 벨렝은 아마존의 ‘심장’이라 불리기도 한다.
브라질의 룰라 대통령이 벨렝을 개최지로 적극 지원한 데에는 명확한 의도가 있었다고 한다. 먼저 아마존 열대우림의 현장에 세계 정상들이 모여서 기후 위기로 파괴되고 있는 생태계를 체감하면서 협상에 임하라는 메시지였다. 아마존은 지구의 탄소를 흡수하는 거대한 허파의 역할을 하는 곳이고, 생물종의 보고이기도 하다. 기후 위기 대응의 첫걸음은 삼림 보존이라는 사실을 전 세계에 확인시키려는 의도였다.
또한 기후 위기로 인한 개도국의 피해 문제를 제기하고자 했다. 벨렝은 기후 위기로 홍수와 폭염의 피해가 심각해진 도시이기도 하다. 기후 위기 유발의 책임이 없는데도 큰 피해로 고통받는 원주민들의 실상을 전 지구적 의제로 삼아보자는 의도였다.
우물쭈물하면 지구 평균온도 2.8도까지 치솟을 것
UNEP의 「2025 배출량 격차보고서」는 인류의 온실가스 감축 실적이 매우 심각한 수준임을 보여주었다.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195개국 모두가 2030년까지 달성하겠다고 약속했던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이행하더라도 금세기 말까지 지구 평균온도는 2.3~2.5도 상승할 것이며, 정책 집행이 지금처럼 지체된다면 2.8도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런 정도의 기온 상승은 인류가 감당할 수 없는 기후 재앙의 도래를 의미한다. 파리협정의 1.5도 목표를 지키려면 2035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55% 더 줄여야 하지만, 현실은 여전히 화석연료의 늪에 빠져 있다고 진단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벨렝 회의(COP30)는 이행 가속화를 위한 벨렝 패키지를 합의문으로 채택했다. 각국은 5년 전에 제출했던 2030년까지의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보다, 2035년까지 달성해 갈 NDC를 훨씬 야심 차게 작성하여 내년까지 제출하기로 합의했고, ‘벨렝 1.5도 미션’을 통해 각국의 기후 행동의 수준을 한 단계 높여가기로 했다.
하지만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을 위한 핵심 쟁점인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 로드맵은 이번에도 일부 국가의 반대로 구체적인 시한을 확정하지 못했다. 큰 목표 설정엔 합의했지만, 그것을 실천할 방법론엔 합의하지 못했다. ‘유엔이 가장 잘하는 일은 합의이고, 가장 못하는 일은 실천’이라는 평가를 새삼 떠오르게 하는 광경이 이번에도 재연됐다.
턱없이 부족한 적응을 위한 재원
이미 되돌릴 수 없는 극한 기후 위기 시대로 접어들고 있어서 온실가스 감축만큼이나 시급한 것은 기후 재해에 대비하는 ‘적응’이다. UNEP의 「2025 적응 격차보고서」에 따르면, 개발도상국의 적응 사업에 필요한 재원은 2035년까지 연간 최대 3천650억 달러에 달한다. 그러나 현재 가용 공공 재원은 그것의 약 7% 수준인 260억 달러에 지나지 않는다. 한마디로, 적응기금은 텅 빈 지갑인 셈이다.
벨렝 회의는 이 ‘텅 빈 지갑’을 채우기 위해 적응 재원을 2035년까지 3배로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신규 기후 금융 재원 목표’(NCQG) 논의에도 진전이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들 문제에서도 목표 설정에 진전은 있었지만, 구속력 있는 이행 장치가 없다는 비판은 여전하다.
한국, 2040년까지 탈석탄 국제사회에 약속
벨렝 회의에서 우리나라의 태도는 ‘양면적’이었다는 평가이다. 평가받을 부분은 전격적인 탈석탄동맹(PPCA) 가입이었다. 그동안 확답을 내놓지 않았던 석탄화력발전소 폐쇄에 대해서 2040년까지 탈석탄을 국제사회에 약속했다.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가 열릴 때마다 요구받는 핵심적 과제가 화석연료 탈피에 대한 구체적 약속(phase out fossil fuels)이었다는 점에서 평가받을 만한 진전이었다. 또한, 파리협정 6조(국제 탄소시장) 메커니즘 구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며 기술적 전문성을 인정받은 점도 평가받을 성과였다.
그럼에도 비판받을 부분은 여전히 실질적인 행동보다는 말의 성찬에 가깝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기후 적응 재원 확대 논의에서 선진국 그룹에 속하면서도, 브라질이 제안한 ‘열대우림 영구기금’(TFFF) 참여 등 실질적인 재정적 기여에 소극적이었다. 또한, 2035 NDC 목표 설정에서도 국내 산업계를 고려해 보수적인 접근을 유지한 점도 비판의 대상이었다.
2025 UNEP의 배출량과 적응에 관한 격차보고서는 인류가 처해있는 기후 위기 대응이 암울한 실정임을 지적했다. 보고서가 제시한 자료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비명이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이다. 벨렝 회의에서 나온 합의문은 그에 대한 처방전인 셈이다. 그 처방전은 각국 정부로 넘어왔다. 우리나라도 그 처방전에 따라서 조속히 탈석탄을 이루고, 국제사회 위상에 걸맞은 기후 금융 기여에 진심으로 나서야 한다. 2.8도의 절망적인 미래를 1.5도로 되돌리는 일에 진심이어야 한다.
김해동
계명대 환경공학과 교수
부산대 지구과학교육과를 졸업하고, 일본 도쿄대에서 대기과학 전공으로 박사를 했다. 기상청 기상연구관과 대구환경운동연합공동대표를 역임했다. 『기후위기 과학특강: 도와줘요, 기후박사』, 『내일 날씨, 어떻습니까?』, 『기후변화와 미래사회』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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